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마는 낙엽은 어느새 날아 떨어져서, 또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보다도 많은가 보다.
벚나무 아래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에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어느새 뜰 안은 연기로 가득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 연기 속에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강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새 옷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나는 그 냄새를 한없이 사랑하면서 즐거운 생활감에 빠져서는 새삼스럽게 생활을 귀중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가을이다! 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다. 나는 화단의 뒷자리를 깊게 파고 다 타버린 낙엽의 재를 죽어 버린 꿈의 시체를-땅속 깊이 파묻고, 꿋꿋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 속의 소년 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차가운 넓은 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생각하는 것이 생활의 생각이다. 방구석에는 올 겨울에 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예쁘게 장식할 것을 생각하고, 눈이 오면 스키를 시작해 볼까 하고 계획도 해 보곤 한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만은 근심과 걱정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책과 씨름하고, 원고지 앞에서 끙끙대던 서재에서 개운한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책상 앞에 앉아, 별일 없으면서도 쉴 새 없이 끙끙대고,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하면서, 생활의 일이라면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아끼고, 가령 뜰을 정리하는 것도 소비적이니 비생산적이니 하고 깔보던 것이, 도리어 그런 생활의 작은 일에 창조적, 생산적인 뜻을 발견하게 된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계절의 탓일까? 깊어가는 가을이, 이 벌거숭이의 뜰이 한층 산 보람을 느끼게 하는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