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러 대형 마트에 갔다가 계획에도 없던 물건을 구입한 경험, 누구나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사은품도 챙길 겸 지갑을 열었다면 당신은 마트의 '판매 전략'에 딱 걸려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건을 고르는 동안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매장의 내부, 알고 보면 그곳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곳곳에 숨어 있다.
방배동에 사는 김미화 씨(30세, 주부)는 OO마트의 식품 매장에 들어설 때마다 다른 매장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과일도 종류가 다른 곳보다 더 많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게 느껴진다. 막상 따져보면 1~2개 정도 차이인데 이처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상품의 진열 방식 때문이다. 과일 매장의 경우 상품의 저렴함을 강조하고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여러 과일을 쌓아 두고 판매한다. 또한 앞쪽에 비싼 상품을 진열해 뒤쪽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게 해서 판매율을 더 높이는가 하면 사람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좌우를 살피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같은 종류의 상품은 수직으로 진열해 구매를 유도한다.
또 다른 판매 전략으로 매장의 구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위층으로 손님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1층에는 화장실을 두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쇼핑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 창문과 시계를 설치하지 않는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유리나 거울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구석에, 에스컬레이터는 중앙에 설치한다. 엘리베이터로 단번에 목적지까지 가는 것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양한 매장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신뢰 마케팅, 정보 제공 마케팅 등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 등장했다. 판매대 광고판에 '산지 직거래, 계약 재배' 등의 문구를 넣거나 생산지, 생산자 사진, 이력 등을 표기하는 경우들은 널리 이용되는 신뢰 마케팅 방법이다. 유명 인사 및 연예인들을 상품 광고에 내세우는 것도 신뢰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특정 제품을 직접 홍보하기보다 상품과 관련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간접 홍보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요리법이나 건강 유지법 등을 소개해 자연스럽게 상품을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얼마 전 OO 마트의 카레 코너 앞은 '다양한 카레 요리법'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읽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 주부는 카레 말고도 요리에 필요한 다른 재료도 함께 구입했다. 정보 제공 마케팅은 해당 상품은 물론 관련 상품 매출 신장에도 영향을 준다.
이처럼 기존의 마케팅 전략이 단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분석해 판매에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에다 상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더욱 부각시키는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상품의 품질로 자신 있게 승부를 거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눈치채지 못했던 다양한 마케팅 방식, 지금 이 순간에도 대형 마트들의 판매 전략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