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일까?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어린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글을 몰라 표현할 수 없으니 매우 안타깝구나." 이 문장에서 '어리다'는 나이가 적다는 뜻이 아니다. 현대의 말로 '어리석다'와 비슷하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백성이 아직 나이가 적어서 글을 배우지 못했다고 잘못 해석할 법도 하다. 당시 보통 사람들은 우리말과 다른 중국의 한자를 쉽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글을 쓸 리 만무했다. 말하고 싶은 것을 글로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마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긴 세종대왕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어리다'의 뜻이 '어리석다'에서 '나이가 적다'로 변한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언어의 특성을 '역사성'이라고 한다. 이 역사성은 모든 언어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특성이며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를 들어보면 크게 다르지 않지만, 100년 전 조상들이 쓴 글을 보면 그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언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을 지닌 유기체처럼 새로 만들어지고 변화하며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새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없던 물건이나 개념이 생겼을 때 새로운 말을 만들지 않고서는 표현해 낼 수가 없으므로 생기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대상일지라도 신선한 표현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서 새말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폰', '로봇 청소기', '전기 자동차' 등은 과거에는 없었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물건이어서 그것을 지칭할 단어가 필요하게 된 경우이며, '스펙', '사이버 대학' 등은 물건이 아니라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쓰이다가 사라진 단어들도 있다
외국에서 만든 물건이라는 뜻으로 1990년대까지 많이 사용되던 '외제'라는 단어는 이제 자취를 감추고, 대신 '수입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은하수를 뜻하는 고유어 '미리내', 왕의 명령을 받고 지방에 파견되어 관리들의 비리를 감시하던 벼슬인 '어사' 등도 모두 사라진 단어이다. '즈믄:천', '온:백', '뫼:산'은 같은 개념을 표현하는 두 개의 단어가 서로 경쟁하다가 하나가 사라져서 지금은 '천', '백', '산'만이 남게 되었다.
형태는 그대로 있으나 의미가 변한 단어들도 있다
'얼굴'은 모습 전체를 나타내는 말에서 '안면'을 뜻하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되었으며, 벼슬 이름이었던 '영감'은 '남자 노인'으로, 생각하다의 뜻으로 사용되던 '사랑하다'는 '좋아하다'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이와 반대로 '나모'(나무), '아해'(아이), '녀름'(여름) 등은 의미는 같으나 형태가 바뀐 단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