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의 어휘에는 그 언어 사회의 문화가 담겨 있다. 어휘를 통해 그 사회의 문화를 알 수 있고, 문화는 어휘를 통해 나타나게 마련이다. 한국어 어휘에도 한국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남의 말에 동의하다'는 뜻을 가진 '맞장구치다'는 한국 전통 음악인 풍물놀이에서 유래되었다. 풍물놀이를 할 때 둘이 마주서서 치는 장구를 맞장구라고 하는데, 맞장구를 칠 때는 서로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남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도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므로 '맞장구치다'가 '동의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는데, 맞장구칠 때에는 "맞아", "그럼" 등과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이것 외에도 한국어 어휘 속에는 다양한 한국 문화가 숨어 있으니 지금부터 함께 찾아보도록 하자.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 "너,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안 돼." 이게 무슨 말일까? 이것은 군대 가는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자신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사귀지 말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고무신일까? 그것은 이 말이 생겼을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신발이 고무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군대 간 남자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 여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남자를 만나다가 휴가 나온 애인에게 들켰을 때 여자는 마음이 너무 급한 탓에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는 '여자가 사귀던 남자와 일방적으로 헤어지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반대로 군대 가는 남자에게 여자가 "군화 거꾸로 신지 마."라고 하기도 한다.
땡땡이치다 "나 오늘 수업 땡땡이쳤어." 이 말은 수업에 가지 않고 다른 일을 했다는 뜻이다. 땡땡이는 '종'을 가리키는 말인데, 예전에는 수업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을 종을 쳐서 알렸다. 여기에서는 수업이 끝날 때 치는 종을 말한다. 그래서 '땡땡이를 치다'라는 말은 '수업이 끝나다'라는 뜻이며, '공부를 잠시 쉬다'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의미가 더 변화해 '꾀를 부려서 일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거나 빠지다'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쏘다 "돈 걱정 말고 많이들 먹어. 오늘 밥값은 내가 쏠게." 여기에서 '쏘다'는 '돈을 쓰다'를 강조한 표현이다. 한국에서는 식당 계산대에서 돈을 먼저 내겠다고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식사가 끝나고 일행이 일어설 준비를 하거나 신발을 신는 사이에 한 사람이 일어나 재빨리 계산대로 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구두를 제대로 신지도 못한 채 뒤뚱거리며 달려 나간다. 서로 먼저 지갑을 꺼내려는 상황이 마치 총을 꺼내려는 장면처럼 보이는데 마침내 몸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밥값을 총처럼 '쏘'게 되는 것이다.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내는 행동이 허리에 찬 권총을 꺼내 쏘는 것처럼 보여 '돈을 내다'를 '쏘다'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