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나는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다녀왔다. 사계절 늘 푸르고 곧게 자라는 대나무는 한국에서 옛 선비의 굳은 의지에 비유된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는 대나무 방석, 죽순 요리 정도만 보았는데, 대나무가 숲을 이룬 곳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세라 얼른 따라 나섰다.
무려 4시간이 걸려 도착한 담양에서 우리는 우선 '죽녹원'으로 향했다. 죽녹원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른 메타세쿼이아 길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길 양쪽으로 쭉 줄지어 곧게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오전 10시가 넘어 죽녹원에 도착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키가 큰 대나무 숲 덕분에 죽녹원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죽녹원은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추억의 샛길, 선비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된 정원이며, 각각의 길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고 한다. 대나무 숲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는 안내 글을 읽고 나니 대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심신이 다 맑아지는 듯했다.
한국에서 대나무는 각종 생활용품과 건강식품으로도 다양하게 이용된다고 한다. 죽부인을 비롯한 방석과 베개, 소쿠리, 부채 등의 죽제품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죽염, 댓잎 차 등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죽녹원 앞 가게에서 나는 복을 가져다 준다는 예쁜 복조리를 하나 사 들고 '소쇄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차로 30분쯤 이동하니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 소쇄원이 나타났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작은 계곡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건물과 정자가 나타난다. 500년 전에 한 선비가 이 소쇄원을 지어 놓고, 자신과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곳에 만들어진 건물 하나하나, 꽃 한송이, 나무 한 그루 모두 선비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하니 천천히 즐기면서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느껴보고 싶었다.
소쇄원을 나와 우리는 담양에서 유명한 대통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름만 듣고는 어떤 밥일지 무척 궁금했다. 알고 보니 대통밥은 대나무 통에다 쌀을 넣고, 대추며 잣이며 밤 등을 넣어 쪄서 만든 밥이었는데, 대나무향이 나는 달콤한 밥이 주변의 경치와 어울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건강에 좋다는 대나무 음식을 먹었으니 이 무더위도 다 이겨낼 수 있겠지?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가 아쉬웠지만 시간이 늦어 우리는 차에 올라타야 했다.
곧 담양의 대나무와 정원이 또 나를 부를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나무 숲에서 옛 사람과 같은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