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은 스무 살에 처음 혼자 살게 되었다. 대학교가 서울에 있었다. 고향에서 기차로 네 시간 걸렸다.
이사하는 날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
먼저 이삿짐 트럭이 두 시간 늦게 왔다. 기사는 길이 막혔다고 했다. 지영은 짐 옆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 유월이었다. 땀이 흘렀다.
새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를 봤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방은 오 층이었다.
지영과 기사는 짐을 하나씩 들고 올라갔다. 냉장고, 책상, 상자 열두 개. 오 층까지. 열 번쯤 올라갔다 내려왔다.
세 시쯤 지영은 쓰러질 지경이었다. 다리가 떨렸다. 물도 없었다. 그리고 상자가 열두 개였다.
다섯 시에 기사가 갔다. 지영은 상자들 사이에 앉았다. 방은 낯설었다. 벽은 하얗고 아무것도 없었다. 갑자기 울 지경이 되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래층 할머니였다. 손에 냄비를 들고 있었다.
“오늘 이사 왔어요? 우리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였어요. 좀 가져왔어요.”
지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할머니는 냄비를 놓고 숟가락도 두 개 꺼냈다. 그리고 상자 하나를 의자처럼 놓았다.
“밥은 먹어야 해요. 이사하는 날은 다 이래요.”
두 사람은 상자 위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할머니는 십오 년 동안 그 건물에 살았다고 했다. 이사 오는 학생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다 처음에는 죽을 지경이에요. 그런데 한 달만 지나면 괜찮아요.”
지영은 지금 스물여섯 살이다. 다른 도시에서 산다. 그 건물의 이름도 잊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은 기억한다. 상자 위의 냄비. 숟가락 두 개. 하얀 벽.
가장 힘든 날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래서 그 하루는 다른 하루가 되었다.